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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사진적 주제와 소재
주제란 사진의 의미 곧 사진가가 사진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이나 느낌을 가리키는 말이고 이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한 사물이나 피사체가 소재입니다. 흔히 주제와 소재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 데 소재가 곧 주제로 통하는 일은 없습니다.
작가가 생각하고 느낀 모든 것이 그대로 주제가 될 수 있지만 주제거리 중에는 사진으로 찍어서 효과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사진에 알맞은 주제란 무엇인가를 알아보고 그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적절한 소재는 또 무엇인가 알아본다는 것은 공모전 사진만이 아니라 사진의 전 분야에 걸쳐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58. 사진적 주제
사진에 알맞은 주제란 시각적으로 전달이 가능한 주제이자 시각으로 전달되었을 때 가장 효과적인 주제를 말합니다. 그것은 주제라는 것이, 추상적이고 내면적인 다시 말해서 형태를 갖지 아니한 어떤 관념을 구체적 형태로 시각화 시켜 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에 알맞은 대치물로 암시를 줄 방법 밖에 없는 데 그 암시가 적절해야 하고 객관성을 지녀야 비로소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진에 알맞지 않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이며 시각적이어서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 사진의 주제로 알맞다는 말입니다. 나아가 시각만이 전달 해 줄 수 있는 어떤 느낌이라든지 생각 또는 생각도 느낌도 아닌 무엇이 있다면 그러한 것들이 사진적 주제로 가장 알맞은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구체적인 인간 생활도 사진의 커다란 주제 중 하나입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이 추구하던 것이 그것입니다. 인간의 진선미를 추구하는, 어떤 면에서는 가장 추상적인 것이 그것일 텐데 추상의 세계가 사진의 주제로는 맞지 않는다고 해 놓고 또 추상을 추구하는 것이 사진의 주제라고 하는 이 말을 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관념적인 인간의 세계를 인간의 구체적 생활을 통해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심오한 철학의 경지, 극히 추상적 의미나 관념은 언어의 힘을 빌지 않을 수 없어서 사진에 제목을 붙여 방향을 잡아주거나 글을 붙여 보충하기도 합니다.
오늘날 사진에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 주제로, 시각만이 이룰 수 있는 특수 영역이 있습니다. 즉 언어 밖에 존재하는 세계를 말합니다. 눈에는 보이되 언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고 언어의 밖에 존재하는 세계로부터 오는 메시지를 시각화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이기는 하되 어떤 관념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런 메시지는 시각적이기는 하되 회화로도 표현하기에 알맞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언어 밖에 있는 어떤 메시지, 회화의 수단으로도 접근이 불가능하며 미묘한 시간 현상까지를 수용하는 것이 언어 밖의 세계에 존재하는 메시지이며 사진만이 표현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주제를 영상화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언어의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 통속적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 작가가 어떤 관념이나 개념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어의 중독에서 벗어나라고 하는 것은 사진이나 그림 또는 음악을 감상할 때 우리는 말로 된 해설을 원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말로 들어야 이해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 예술은 말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기에 색채나 멜로디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언어 중독 현상은 특히 말이 이루어 놓은 어떤 막연한 개념을 그대로 사진에 수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름답다'라는 개념을 놓고 언어에 중독되면 장미와 미녀를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찍어 놓고 아름다운 개념이 곧장 나타난다고 믿게 됩니다. 그러나 꽃의 아름다움, 미녀의 아름다움, 경치의 아름다움은 결코 동질일 수 없습니다. 말이 '아름답다'로 통일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혼란일 뿐이죠. 공교롭게 같은 낱말로 통하다 보니 그것들을 동질의 아름다움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진이 언어의 개념을 따라 가서는 안될 것입니다.
통속적 관념에서 벗어나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키스'를 사랑으로, '검정 색'을 죽음이나 침묵을 상징하는 것으로 넘겨 버리기 쉬운 것 같은 경우를 말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흔히 써 오던 암시나 상징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작가가 어떤 관념이나 개념을 강요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대개 서툰 작가에게서 볼 수 있는 데 헐리는 집을 찍어 놓고 '현대 문명의 종말', 길 위에 떨어진 낡은 장갑 한 짝을 찍어 놓고 '인간성 상실' 등과 같은 제목을 붙이는 경우 등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사진에 나타난 것만을 말하고 말은 사진으로 해야 합니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제목이나 설명으로 보충하고자 한다면 작가의 무능을 나타내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아둡시다.
특히 공모전 사진에 응모한 많은 작품 중에서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대개 자기 표현이 서툴거나 이처럼 언어 중독에 빠진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어 중독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정확한 자기 표현에 힘쓰는 것은 공모전 사진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59. 사진적 소재
사진적 소재라고 하면 현실에 있는 모든 사물 중에서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가장 알맞은 소재는 그 존재 자체가 구체적인 것, 외형적인 것, 그리하여 감각적인 것입니다. 이를테면 사물의 질감이 생생하다던가 생긴 모습이 특이하다던가 벌어진 사건이 진기하다던가 할 때 그 소재는 극히 사진적이라 할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찍힌다는 것은 눈에 잘 뜨이는 것이 소재로도 좋다는 뜻이 됩니다. 결국 시각적으로 강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말은 무엇보다도 주제를 잘 표현 해 낼 수 있는 소재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흔한 소재를 피하고 특이한 소재를 찾아야 하는 것과 문학적인 소재를 피하는 것, 그리고 주제를 살릴 수 있는 소재를 발견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고 탐구하여야 합니다.
특이한 소재를 찾을 때 자칫 특이함만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내용 없이 외형만으로 눈길을 끄는 소재는 허무한 장난이 될 뿐이죠.
문학적 소재란 문학으로 표현되었을 때 그 의미가 제대로 살아나는 것을 말하는데 어떤 전설이나 역사가 숨쉬는 장소가 있다고 예를 들어봅시다. 사진으로는 전설이나 역사를 찍을 수 없는 법인데도 우리는 그 곳의 사진을 찍어 옵니다. 그리고는 말로 열심히 그 전설이나 역사를 설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사진에는 그 내용이 담기지 않습니다. 이때는 누가 찍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데 이처럼 문학적인 소재를 찍어 오고서는 실력이 없다는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주제를 살릴 수 있는 소재를 우선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주제 의식에 앞서 소재를 먼저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따지고 보면 주제가 의식화하지는 못했다 해도 잠재해 있던 주제 의식이 소재를 만나 순간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같은 것입니다.
공모전 사진에서 주제선택과 알맞은 소재의 결합은 그야 말로 수상과 낙선의 갈림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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