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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장 동아리활동
예술활동은 근본적으로 혼자 하는 활동입니다. 여럿이 호흡을 맞추고 협동하는 운동경기와는 다릅니다. 때문에 혼자 한다는 사진 인들을 많이 보는데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혼자 하는 분야라고는 해도 동아리 또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사진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홀로서기가 가능하고 다른 이들의 사진적 영향을 배제하고 싶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동아리나 주위에 있는 다른 사진인과 함께 하는 것이 훨씬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사진 초기의 사진 인들에게는 반드시 동아리 활동을 권하고 싶습니다.
48.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이 되자
동아리 활동을 하는 데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친목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사진만을 위해서라면 동아리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을 찍는 동아리를 선택하십시오.
풍경 사진을 좋아하는데 동아리 회원들이 스냅사진만 찍는 경우, 초보자일 때는 어떨지 몰라도 그다지 공부가 안 될 것입니다. 또 심상사진을 찍고 싶은 데 풍경사진 만 고집하는 동아리여도 곤란 할 것입니다. 오히려 사진이 싫어질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을 촬영하고, 좋은 선배가 있는 동아리를 발견한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사진 성향이 분명한 동아리가 아니면 얼마 후에 방황하기 쉽다는 것을 알아두십시오. 선택할 수 있는 동아리가 여럿이라면 사진 성향 외에도 동아리의 분위기와 사진의 리더가 있는지의 유무, 리더가 있으면 그 사람의 사진에 대한 견해나 작품관(作品觀)을 비롯하여 동아리의 촬영스타일, 촬영 후 작품 평가방법 등을 검토한 뒤에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에다가 그 동아리만의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더없이 좋습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살고 있거나 직장 주위에 있는 사진동아리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런 동아리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대개 1년에 한 번씩 여는 회원 전을 보고 느끼는 방법이 있는데 회원들이 출품한 사진에 일관성이 있는지 - 소재의 일관성만이 아니라 주제나 사진적 접근 방법의 일관성이 있는지 -를 알면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괜찮겠다 싶으면 처음에 참관인 정도로 참여해 보겠다고 승낙을 받습니다. 자신이 그 동아리에 가입해서 따라갈 능력이 있는지 한 3개월 정도 같이 활동해 보고 입회를 결정해도 되겠는가 물으면 대부분 당신을 심사 숙고하는 신중한 사진 인으로 보아줄 것입니다. 이는 가입한 후 탈퇴해도 상관은 없지만, 촬영지에서 만나 어색해지는 것도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에서는 지역이 좁기 때문에 서로 불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미리 확실하게 밝히는 것이 좋습니다.
동아리의 최대 장점은 헛수고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선배나 리더는 당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이미 경험했을지 모릅니다. 그럴 경우 당신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책이나 잡지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조언을 해줄 것이고, 함께 촬영을 가서는 그 촬영 법을 보고만 있어도 배울 점이 있는 것입니다.
정기모임 때는 반드시 작품을 가지고 가십시오. 겸허하게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선배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받는 것입니다.
동아리의 또 다른 장점은 기자재를 구입하려는 경우 선배나 동료의 사용소감(使用所感)을 들을 수도 있고, 어쩌면 한번 사용하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고가의 기자재를 덜컥 구입했다가 마음에 안 들어 고민하는 문제에 가장 빠른 해결책입니다.
49. 동아리 활동 방법
동아리에 가입하면 보다 적극적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부분 당신보다 사진활동에 있어서 선배이기 때문이죠. 친절하게 사진 테크닉을 가르쳐주기도 하겠지만 언제까지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출사의 바쁜 와중에서는 물어보기도 대답해주기도 곤란한 문제입니다. 동아리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이되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해결한다는 자세는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적극적인 것일까요?
우선 동아리는 회비만 내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입니다. 회비를 내는 만큼 필요한 것을 얻어내야 합니다. 어떤 모임이건 얻는 것이 있어야 참여할 가치가 생기는 법입니다. 얻는다는 것이 꼭 물질적이거나 경제적 이득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람을 느끼거나 정신적으로 얻을 것이 있는 것도 포함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주는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자신이 찾아내야 합니다.
동아리는 또 사진적 동지를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신중한 선택을 한 가운데서도 자기 사진을 특히 이해해 주거나 자기 사진에 도움이 되는 선배 또는 사진 철학 형성에 필요한 동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신의 행동과 마음가짐에 달린 것입니다.
동아리는 사진적 이념을 느끼는 곳입니다. 한 사람이 한가지 생각만 하더라도 그것이 모이면 이념이 됩니다. 설사 당신의 의견과 상반되는 이념이라 해도 미처 생각지 못 했던 것이라면 그런 이념도 있구나 하는 공부를 하게 됩니다. 당신의 생각과 틀린다고 해서 외면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부분, 혹은 내 생각의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하지요. 이념은 당신의 사진을 바꾸게 만듭니다.
동아리는 사진적 용기를 얻는 곳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망설일 때, 당신이 좌절하고 있을 때 동아리는 당신에게 힘이 됩니다. 그러나 그 힘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당신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합니다.
동아리 활동에서 물리적으로 가장 큰 이점이라면 장비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적 능력이 있어서 필요한 장비를 full-set로 장만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지만 그 많은 장비를 한꺼번에 짊어지고 촬영할 생각을 해 보십시오. 끔찍하지 않습니까?. 기본적인 장비야 각자 구입한다지만 어쩌다 한 번 그러나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있다면 자신의 사진적 취향에 맞춰서 한 가지 정도만 구입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예를 들어 광각 쪽의 사진 성향이라면 초 광각 내지 어안 렌즈를 구하고 망원 쪽 취향이라면 반사 망원렌즈나 초 망원 렌즈를 구입하는 식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장비를 통일해야 합니다. 메이커가 모두 다르고 사용방식이 각자 다르다면 이런 것이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진 가방의 부피와 힘을 덜 수 있고 사진 효과도 향상 될 것입니다.
사진 동아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 단점 중의 하나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수의 동아리는 자기들의 촬영형태가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를 들면 정기 촬영에서 무리한 코스를 잡는 것 같은 경우입니다.
동아리 결성 이후 2 - 3년 간은 촬영지가 다양하고 풍부하며 비교적 근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면 촬영 갈 장소가 없어 월례회의 때마다 난항을 겪습니다. 결국 날짜와 출발 시각만 정하고 촬영지는 집행부에 위임하고 맙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라도 누군가가 어느 장소를 추천하면 거기는 언제 다녀 온 것이라며 다른 곳을 요구하고 그러다 보면 근거리에는 한 번쯤은 모두 다녀 온 곳이 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어느 공모전 작품집을 보니 어떤 소재의 사진이 무슨 상을 탔는데 거기가 어디라 하더라, 그곳은 어떠냐고 추천하면 모두 찬성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곳은 당일 코스로 안되어서 무박 2일 정도로 다녀와야 하는 곳이기 쉽습니다.
문제는 그럴 경우 가는데 여러 시간 오는데 여러 시간을 소요하고 먹고 쉬는데 도 몇 시간, 정작 촬영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생각했던 것만큼 좋은 곳이 아니라면 추천한 회원이나 집행부는 맥이 빠지게 됩니다.
이럴 때 당신은 반복 촬영을 제시해 보십시오. 동아리 전체가 최소한 1년을 주기로 하는 주제 촬영으로 방향을 정하고 같은 장소 또는 동일 성격의 소재를 택할 경우 촬영이 쉽고 즐거워집니다.
이런 주제 촬영의 장점은 매우 많고 큽니다. 다른 항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습니다.
50. 출품하기 위한 촬영은 금물
공모전 사진이나 동아리 활동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것으로 출품하기 위해 촬영을 떠나는 것입니다. 이는 특히 금물입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출품의 원칙은 찍어놓은 사진 중에서 성격에 맞는 사진을 골라 출품하는 것입니다. 물론 한 번의 촬영에서 좋은 사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진에 대한 자신의 주관 없이 출품을 앞두고 사진을 맞추기 위해서 촬영 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것은 우선 촬영하는 내내 잡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험 때문이고 상을 타기 위해서는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소위 상 탈 사진을 찍게 된다는 위험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동아리가 '이 달에 어느 공모전이 마감인데.' ' 어느 관광공모전이 열린다는데.' 하고 말들 합니다. 그렇게 촬영을 다녀오면 한번에 몇 roll이나 찍을 수 있을까요?
공모전에서 꼭 수상하고 싶다면, 그리고 그를 통해서 사진작가협회(사협)에 입회하고 싶다면 당장 공모전 출품을 중단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협 입회를 위해서는 초선(初選)날짜가 필요하기에 우선은 출품해서 상을 타는 게 중요할지도 모르지만 2000년부터는 첫 상탄 날부터 기산(起算)하던 것을 첫 사진 강좌 일로부터 따지도록 규정을 개정했기에 날짜가 중요하다면 우선 사진강좌부터 들을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첫 턱걸이를 이미 한 상태라면 공모전 출품하기 위해 촬영하는 것이나 조급하게 쫓겨 출품하는 것을 중단해 보십시오.
사협 입회 규정에 보면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초의 상탄 날이나 사진 강좌 수강한 날로부터 만 4년이 경과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어렵게 점수 따는 것하고 한참 쉬었다가 몰아서 점수 딴 뒤에 입회하는 것이 시간 적으로 같다면 어떤 것을 택하겠습니까? 그렇다고 당장 사진 찍는 일 마저 중단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출품을 중단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촬영에 임한다면 마음이 매우 편안해지고 시각이 자유스러워 질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자기만의 시각을 위해 피사체에 접근하는 법을 익힙니다. 꾸준하게 시도하면서 동일한 테마만 한 일년 찍으면 필름 파일이 제법 두툼해지지 않겠습니까? 1년 뒤에 그 파일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평소에 점 찍어두었거나 사진 경향이 알맞다고 생각되는 공모전에 출품해 보십시오. 훨씬 수상비율이 높아질 것입니다. 어쩌면 입선뿐 아니라 입상도 있을지 모릅니다.
당일 촬영 한 차례 한 필름 중에서 공모전 내려고 없는 사진 고르느라 애쓰기 보다 많은 양 중에서 고르는 것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지름길이다. 아울러 같은 소재를 반복하거나 같은 장소를 집중적으로 찍으면 나만의 사진작인 노하우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51. 남의 떡이 결코 크지 않다
우리 속담에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볼 때 내 앞에 있는 떡은 위에서 내려다 보일 뿐 아니라 한정된 부분만 보여 작게 보이지만 남의 떡은 옆에서 보아 전체가 보이기 때문에 실제로 커 보인다는 것입니다.
과학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진에서의 내 떡과 남의 떡은 무엇일까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아마도 내 떡이라면 주변의 가까운 촬영지나 소재일 것이고 남의 떡은 먼 곳, 또는 못 가 보아서 새로운 소재 아닐까요?
서울 올림픽 이후에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나타난 사진계 현상 중 하나가 해외여행 사진전이었습니다. 요즘에야 시들해졌지만 동남아를 3박4일만 다녀와도 너도나도 개인전을 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처음 몇 번은 무척 신선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보인 관람객의 반응은 '또 동남아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필자도 93년 1월에 7박 8일 간 동남아를 다녀 온 후 칼라와 흑백사진 70여 점 인화 해 놓고 액자만 끼우면 되도록 준비했지만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사유에서였던 것이지요.
왜 우리들은 사진을 찍으러 밖으로만 나갈까요? 그것을 남의 떡이 커 보이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요?
사진적으로 보면 신선한 소재를 찾아야 한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찾아 나선 신선한 소재란 한 두 번 보면 곧 식상해지는 신선함 아닌가요. 더욱이 그 나라, 그 지역 사진인, 관객에게는 일상적인 것입니다. 그 곳의 사진을 고집하는 우리는 그 사람들과 비해서 경쟁력이 전혀 없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유채 꽃은 제주도, 민속 풍경은 민속촌이나 낙안 읍성, 철쭉은 지리산, 단풍은 내장산, 설화는 태백산 등 공식처럼 인식되어 있는 풍경을 찍으러 오늘도 그곳을 향한 발걸음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보십시오.
1년에 절정기의 어느 한 기간 겨우 찾는 그 철에 촬영조건이 안 맞았다면 어떻게 하십니까. 늦었다면 내년에 다시, 빨랐다면 더 기다려야 할 터인데 가능할까요?
일년 내낸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그 지역 사진 인들은 그때 어떻게 했을까요?
신선한 소재 대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유채가 되었든 민속이 되었든 아니면 그 어떤 것이 되었든 공식에서 벗어난 유채요 민속이요 그 어떤 것이어야 합니다. 잘 알려진 촬영지는 나만 아는 게 아닙니다. 내 주변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나만의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이때 통용되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잘 안보일지 모릅니다. 어린 아이의 시선인 호기심으로 보십시오. 그리고 최소한 몇 개월 내지 계절이 순환하는 1년 단위 이상의 촬영으로 계속해 보십시오. 분명히 내 떡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먼 데 있는 행사나 축제보다 우리의 행사와 축제를 열심히 챙겨야 합니다. 이름나지 않고 소문나지 않은 우리 행사여서, 먼 곳보다 규모가 작고 볼거리가 없다고 사진 인들이 안 올 수록 촬영기회는 상대적으로 많아집니다.
나만 점 찍은 촬영지, 내 주변의 장소로 계속 나가서 집중적으로 찍다 보면 그곳 관계자나 주민과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그들이 마음을 열어주면 정말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당신은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닙니다. 상대의 표정도 친밀감으로 넘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정직하게 포착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라이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당신만이 촬영할 수 있는 친밀감이 담긴 사진은 다른 사람이 생각지 못한 피사체로 분명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어당길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생활 근거지와 가까운 곳에서 작품 만들기에 힘써 보십시오. 그러나 시선을 바꾸지 않으면 좀처럼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골목 안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의 골목만 30년 이상 촬영하여 이 분야에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는 김기찬 선생 같은 사진은 정말 좋은 소재이자 자기 표현입니다.
52. 꿩 대신 닭 (임기응변의 자세)
모처럼의 출사 나가는 날 비가 옵니다. 동아리 임원진이나 회원들은 실망하겠지만 당신은 몰래 미소를 지어야 합니다. 촬영지가 행사장이라면 촉촉이 젖은 천막, 물방울이 떨어지는 추녀 끝, 젖어서 빛나는 길바닥 등등. 모든 것이 평소와는 다른 얼굴을 보여주므로 전부가 사진 감입니다.
풍경 촬영이라 해도 실망할 것은 없습니다. 장대한 풍경이라면 나무들의 어렴풋한 모습, 고산지대라면 순간적인 운해나 안개를, 클로즈업이라면 물방울을 살려보십시오. 이윽고 비도 그칩니다. 비가 갤 때의 그 빛의 아름다움이란 사진가에게 있어서 황송할 정도로 고마운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더욱 좋은 소재로 변합니다.
우리 속담 이야기를 한 가지 더 해보겠습니다. 꿩 대신 닭! 생각만 바꾸면 이토록 즐거워 질 수 있는데 왜 실망하거나 짜증냅니까? 비가 오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재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이 꿩 대신 닭인 것입니다.
모처럼 직장의 스트레스를 훌훌 털고 떠난 촬영길이 주말의 교통난으로 차질을 빚는다면 짜증내지 말고 코스를 새로 잡아보면 어떨까요?
도착지에서 계획한 새벽촬영이나 일출, 설경 등이 일기 불순으로 차질을 빚을 때의 대책은 무엇입니까? 도착한 촬영지가 사전 답사하지 않고 떠난 곳이어서 소문과 달리 애초의 의도에 들어맞지 안았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요?
그때는 계획을 현실로 대입해서 다시 수립해야 하고 촬영대상을 현지에서 알맞게 변경하며, 일기에 맞는 촬영을 유도해야 합니다.
실제로 필자가 오래 전에 다녀 온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촬영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곳 특유의 민속 풍경을 사전에 요구했는데 현지 가이드가 잘 못 알아듣고 엉뚱한 곳에 내려놓았습니다. 우리나라 소도시 풍경 비슷한 곳에 말입니다.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습니다. 가볍게 스냅 촬영을 하고 저녁시간을 유쾌하게 보낸 뒤 새벽에 홀로 일어나 시장을 찾았습니다. 육로로 통과하는 국경에서 여권이 무엇인지 몰라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증명서를 요구하는 수비대와 두 시간여에 걸친 실랑이 끝에 입국한 변방인 만큼 한국인 사진가를 처음 만나는 그들은 낯 선 이방인에게 웃음으로 대해주었습니다. 그 사진은 필자에게만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빨리 바꿔야 됩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아니면 사진소재가 눈에 안 띄는 법입니다. 즐거움만이 사진의 전부가 아닙니다. 어차피 계획한 것을 찍지 못할 바에야 꿩 대신 닭인 것입니다. 공모전 사진은 특히 일정한 소재나 주제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처럼 예기치 않은 소재에서 더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십시오.
53. 반복답사
사진을 오래 하다 보니, 돌아다니니 아니니 해도 어지간한 곳은 한 번쯤 다녀온 듯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원이나 수강생들이 찍어온 사진만 보고도 '어디 다녀왔군요' 할 정도는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름난 촬영지의 경우, 대표적인 촬영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고 초심자일수록 대부분 이런 포인트, 다시 말해서 판에 박은 곳만 촬영해 온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첫 촬영에는 당연히 눈에 쉽게 뜨이고 화려하고 잘 생긴 것만 찍게 됩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사진이 비슷해지게 마련입니다. 대부분 초심자나 많은 수의 동아리들이 행하는 촬영 스타일일 것 같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고 했습니다. 사진은 보이는 것만 찍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찍지만, 알고 찍는 것과 보이니까 찍는 것은 완전히 다른 사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보인다는 말은 사진에서 '느낀다'는 말과 같습니다. 느끼고 찍는 것, 그것이 작품입니다.
사랑하려면 가까이 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한 번 갔던 촬영지라 해서 거기를 왜 또 가냐는 말을 한다면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은,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때까지 찾아가는 것입니다. 구석구석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언제 가면 어떤 행사가 열리고 계절 별로 시간 별로는 어떤 느낌이 드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습관이, 최소한 필자가 다녀 온 곳이라면 다른 분이 다녀와도 어딘지 쉽게 알도록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필자의 사진 은사께서 한 분 계셨습니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그 분이 발표한 곤충의 생태 사진은 단언컨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분 사진 중에 사마귀가 부화하는 장면이 있는 데 그 한 장면을 찍어내는 데 5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첫해에는 참고한 일본 책에 따라 촬영을 나갔으나 우리나라와 기후가 달라 부화시기를 놓쳐서 실패했고 둘째와 세 째 해는 부화시기에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등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해 버렸고 네 번 째 해는 부화 시기를 기다리다 지쳐 잠깐 식사하고 오는 사이에 부화해버려 실패했으며 발표한 그 작품은 비로소 5년 째 되던 해에 찍어낼 수 있었던 사진이라는 것입니다.
경쟁 우위라는 측면에서 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집념의 소산이겠지만 반복해서 도전하는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사진가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쉽게 찍은 듯이 보이는 사진이 사실은 사나흘을 계속 찾아간 결과라는 것입니다.
사진촬영은 영화나 TV 드라마와 다르게 배우를 기용해야 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아마추어의 작품 중 연출한 사진은 어딘지 어색한 분위기를 풍기므로 작품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어찌됐든 '발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카메라맨이라면 아무리 대가(大家)라 해도 '바로 그곳'이라고 생각한 장소에 몇 번이고 찾아갑니다. 바로 그 광선, 앵글, 그 시각으로 찍고 싶지만 주변 모습이나 환경에서 무언가 부족해 보일 때가 더 많은 법입니다. 그렇게 생각되면 몇 번이고 찾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맨 처음 갔을 때의 첫 인상이 결정타로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들새를 촬영하는 경우, 지금은 먹이를 준비해서 찍는 경우가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일정한 나무 가지에 앉게 만드는 이러한 들새 촬영마저도 한 번의 찬스로 찍은 사진에 만족해 버린다면 입선 가능성은 지속되지 않을지 모릅니다. 자신이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사진은 심사위원 역시 선호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 소재는 반복해서 도전할 일입니다.
한 번보다는 두 번, 두 번보다는 세 번을 찾아가 반복해서 촬영하고, 그러한 촬영을 지속함으로써 시선이 숙련되어 갑니다. 그것을 작품에 연결 짓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이렇듯 반복하는 촬영은 설사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해도 부 수익으로 그 분야 그 장소에 관한 한 당신을 전문가로 만들어 줄 것 틀림없습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 가까운 곳은 한 번씩 다녀왔다고 제외시키지는 않는가
○ 그 곳에 찍을 것이 뭐 있냐고 반대하지는 않는가
○ 새롭거나 겪어보지 못한 것만, 그런 곳이 어딘가 끊임없이 찾아 헤 메고 있지 않은가
○ 누구누구의 사진, 또는 어느 공모전에서 무슨 상을 받은 사진이 좋더라, 거기가 어디라는데 한 번 가 보면 어떨까? 하지는 않는가
○ 듣자 하니 어디에 뭐가 새로 생겼고 어떻다는데 그곳은 어떨까 라고 무심히 말하는 분위기는 아닌가?
○ 그러다 보니 위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가는데 몇 시간, 오는데 몇 시간, 찍는 데 잠깐, 하는 식으로 시간만 축내고 있지는 않은가
○ 길 막힐 것 걱정하며 무박 2일을 주장하는 회원은 없는가
○ 막상 가본 즉 실망만 하고 오지는 않는가
○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매번 이런 결정을 내리고 있지는 않는가.
이럴 경우 반드시 반복답사를 시도해 볼 일입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수준과 사고에 맞는 소재에서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이 문제는 사진적 소재와 주제에서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54.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
동아리 촬영에서 한 가지 잘 생각해볼 일이 있습니다. 모두 비슷한 소재를 상대로 사진을 찍는 문제입니다. 비슷한 사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어느 출사 현장에서 점심을 먹으며 누군가가 소주잔을 돌렸습니다. 그 잔을 받은 회원이 안면 가득 웃음기 먹은 얼굴로 하는 말 '오늘 촬영에서는 내가 가장 큰 라이벌입니까?'
술 먹으면 초점이나 흔들림이 문제되는 데 같은 촬영지에서 비슷한 사진을 찍을 때 좋은 사진 한두 장 골라내면 나머지는 휴지통행 아니냐면서 자기가 술에 취해 그렇게 되면 좋은 사진은 술 권한 그 사람 몫이라는 우스개 소리입니다.
촬영 일, 참석한 회원이 적다고 의기소침할 일이 아닙니다. 정해진 출사경비로 풍족하게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셔터 찬스도 많아지는 것 아닙니까?
비유야 다르겠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나뭇가지를 한 가닥씩 부러뜨리면 쉽지만 한 다발을 부러뜨리려면 힘들다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는데 그 말에 반발한 다른 정치인은 썩은 감자를 뭉쳐 놓으면 나머지도 다 썩기 때문에 헤쳐놓아야 안전하다고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고 했답니다. 동아리 활동에는 비교적 흩어져야 산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뭉쳐야 활동할 수 있는 동아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함께 다닐 때 생기는 문제의 해결 방법은 또 무엇일까요?
동아리활동의 존재 이유라고 한다면 회원으로 하여금 무엇인가 얻을 것을 끊임없이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모임이든 참가자나 회원은 그로부터 얻는 게 있어야 참가하는 법입니다. 그래야 모임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 부담, 시간적 부담 또는 그 모임 자체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해도 참석하는 이유는 그에 따른 반대급부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동아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테크닉을 얻든, 사진정보를 얻든, 촬영지도를 받든, 누군가 동행해줄 수 있는 사람을 얻든.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내 것을 줄 수 있어서 뿌듯한 기분을 얻는 것도 반대 급부에 속하는 데 그도 저도 아니면 그저 사진을 한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얻는 것도 이유가 됩니다.
그렇지만 잃는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소문난 일출 촬영지 앞에서 꼭두새벽부터 열병 받듯 늘어선 삼각대를 볼 때 그렇게 많은 이들이 비슷한 장면을 찍어내면 그 중 어떤 사진이 선택될까 아찔하기만 합니다.
평가 회 하는 날 대부분 비슷한 사진을 들고 나와 이중 한두 점 응모할 사진 고르고 나면 나머지는 어떻게 할까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그러다 보면 회원간에 반목과 불만이 발생할 소지도 있습니다.
초보 회원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경력회원으로 갈수록 그렇습니다. 참가 회원이 적을수록 비슷한 사진도 적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극단적인 말이고 회원이 많이 참석할수록 동아리는 더욱 단단해지고 활성화합니다. 결국 많은 회원들이 참석했을 때 발생하는 비슷한 사진에 대한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입니다.
비슷한 사진에 대한 문제는 내부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외부적으로 유사작품 시비에 걸릴 확률도 높다는 말입니다. 간혹 동아리의 지도위원이 한 상황 연출하고 회원들로 하여금 동시 촬영토록 유도한 듯한 사진을 봅니다. 촬영자의 위치와 포맷만 다른 출품작들 말입니다. 유사작품 내지 표절작품 시비의 위험을 안고 있는 사진들입니다. 물론 회원 개개인의 사진을 도와주어야 하는 지도 위원의 애로를 알지만 그럴수록 지도 위원은 적극 교통정리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결책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차별화 하겠다는 자세 말입니다. 자기만의 시각을 개발하고 '비슷한 사진은 안 찍는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것보다는 '도대체 다른 사진을 찍으라고 요구하는 데 어떻게 찍어야 다른 사진이 될까' 하는 생각을 갖는 순간부터 당신의 사진은 동아리에서 달라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동료 사진가와 나란히 촬영하면 편하기는 하나 손해인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통상적인 사진을 찍고 있다고 한다면, 또 그들을 흉내 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진 식별에 익숙한 심사위원들의 눈이 동그래질 만한 '새로운 발견'에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물론 심사위원들의 견해도 가지각색이므로 일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겠으나, 이 글의 독자인 당신만큼은 그러한 단계를 뛰어넘어 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차별화 한 작품이 될 것입니다. 사진적 자아(自我)의 각성과 함께 독자적인 행동으로 촬영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55. 여행지에서는 새벽사냥을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아마도 아마추어 사진가일 것 같습니다. 특히 촬영가능 일수(日數)에 한계가 있는 직장인이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업가 혹은 사진을 좋아하는 평범한 가정 주부일지 모릅니다. 따라서 모처럼 1박정도로 나가는 출사는 새롭기까지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예정 지에 도착한 밤, 어지간해서는 동아리 회원들과 밤늦도록 진행하는 술판을 피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또는 그 술에 지쳐 늦잠에 빠지기 쉽기도 하고요. 술 마시는 것과 늦잠은 평소 집에서 하십시오. 날마다 촬영할 수는 없는 만큼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행지의 아침에 기대를 걸어보십시오. 아침과 저녁, 그 시간대만 촬영한다고 해도 걸작을 탄생시킬 기회는 늘어나는데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처럼 이상적인 사진가는 아침 형 인간입니다.
맑은 대기, 아름다운 사광(斜光)은 이른 아침 촬영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아침 6시, 그 시간대를 촬영 목표로 삼아보십시오. 한 겨울에는 아직 깜깜하겠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그 시간이 적절합니다. 그 시간에 이미 촬영이 한창일 수 있도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염두에 둡니다.
왜 아침이 좋은가는 상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일출 촬영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극히 일상적인 광경을 찍는다고 해도 동틀 무렵의 맑은 대기와 사광의 상태, 그리고 인적이 없다는 점은 풍경사진에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모든 것을 평면 위에 이차원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사진 인만큼, 맑은 대기 속에서 사광에 의해 피사체가 입체적으로 보이는 시간대를 놓친다는 것은 처음부터 입선을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저녁에도 비슷한 빛이 비치지만 하루의 여운이 도는 빛에는 어딘가 모르게 피곤함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대기의 투명도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 또한 나름대로의 좋은 분위기를 낼 수도 있겠으나, 이른 아침 풍경은 노력하지 않는 한 만날 수가 없습니다. 저녁 풍경 전문가가 되어도 좋으나, 일단 이른 아침 촬영에 도전한 다음이라도 별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시간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면에서도 아침 형 인간이 낫습니다.
하루를 길게 사용해 보십시오. 정동진이 그토록 유명해지기 전인 어느 해, 잡지사에 연재하던 원고 때문에 방문한 정동진 포구와 일출을 찍으려고 나선 새벽 길에서 이미 감자를 캐는 농부의 모습을 보고 하루의 길이를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아침 10시부터 촬영을 시작하기보다는, 아침식사 전에 어느 정도 사진 정경을 포착해두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특히 여행지, 또는 출사에서 갖는 새벽 촬영은 남다른 것입니다.
56. 어떻게 찍을 것인가와 무엇을 찍을 것인가
편지의 시대가 가고 전화의 시대가 되더니 이제는 인터넷통신의 시대랍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장의 엽서를 받는 기쁨이라는 것은 매우 각별한 것입니다. 그것도 가능하면 워드프로세서보다 악필(惡筆)일지라도 손수 써 보낸 엽서 말입니다. 그 사람의 품성(品性)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촬영을 나가서 무엇을 찍어야 좋을지 테마를 찾아내지 못한 사람은 가까운 친구에게 엽서를 띄우는 기분으로 사진을 찍어보십시오.
일단은 춥다던가 덥다던가 하는 날씨 인사에서부터 시작하여 익숙해지면 연애편지처럼 마음을 담아 촬영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엽서는 난(欄)이 작아서 많은 말을 쓸 수 없습니다. 날씨인사부터 시작하여 상대가 어떤지 묻고 자신의 상태를 전달합니다. 때로는 산의 단풍이 아름답다던가, 거기에 눌러 살고 싶다던가 등등 친한 친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습니다. 그러나 엽서 속의 이야기는 모두 사진의 주제가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사진 세계가 자신의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면, '무엇을 찍어야 될지 모르고, 자신에게는 테마가 없다'는 관념에 틀어박히고 맙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의 짧은 문장에서는 말을 어느 정도 골라 선택하듯이 스냅이나 풍경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레임 속에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것만을 선택하여 담는 것입니다. 초보자 때는 전달하고 싶은 것을 오직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라는 작가의 편지에 출판사 사장은 '!'라고 답장을 보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짧은 명문으로 유명하지만 사진에서는 그 정도까지 목표하지 않아도 됩니다. 덥다! 춥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주제이므로 가까이 우리 주변 생활 속의 내용을 찾아 표현해보는 것입니다.
공모전 사진은 바로 이렇듯 자신의 표현을 쉽고 간결하게 해낼 수 있을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57. 출품 시 유사작품에 주의를
여기서는 비슷한 사진을 콘테스트에 응모했을 때 생기는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작품이므로 어디에 응모해도 상관없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같거나 비슷한 작품을 두 군데 이상의 공모전에 응모하여 양쪽 모두에서 입선하는 경우, 상황은 위험해집니다. 자칫하면 양쪽에서 입선을 취소 당할 수도 있고 사협에서 입회 유보라는 중징계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기 발표 작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한 곳에서 낙선한 다음 다른 곳에 제출했다면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심사위원이 바뀌고, 또 심사장이 바뀌면 견해도 달라지므로 자신 있는 작품은 몇 번이든 도전하겠다는 자세도 나쁘지 않지만 심사 결과가 나기 전에 또 다른 곳에 거듭 응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사진이든 자신의 사진이든 이미 수상한 작품과 비슷한 작품을 응모할 때는 주의를 기울이기 바랍니다. 촬영 대회 사진이야 한 모델을 많은 사람들이 둘러싼 상태에서 촬영하므로 비슷한 사진이 많이 응모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라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은 동아리에서 촬영을 나가 한 피사체를 몇 사람이 같이 찍었을 경우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같이' 찍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점(視點)도 셔터찬스도 동일하므로 자칫하면 그렇게 되기 쉽다는 말입니다.
동료끼리 촬영하러 갔을 때는 응모에 대해 미리 이야기해 두면 좋겠지만 그것도 사실 현실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응모여부는 종종 마감 일이 임박해서 결정되고 그 사이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경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촬영할 때부터 응모여부에 대해서도 의식하고 촬영해야 합니다. 유사작 표절문제 발생은 입선이 취소되거나 징계를 받는 것을 떠나 아무래도 사진가의 양식에 비추어 남부끄러운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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