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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출품을 위한 현상과 인화에 관한 몇 가지 조언
60. 네거티브는 밀착인화를, 슬라이드는 mount를
오늘도 스무 통 남짓 현상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밀착을 해서 파일에 꽂아 넣었습니다. 이 필름들이 언제 빛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필자는 촬영한 필름을 반드시 밀착 인화하여 보관합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인데도 강조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아서입니다. 그것도 사진을 오래 한 사진 인이 밀착인화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많이 봅니다.
라이트 박스에서 루페로 필름을 대충 살펴보고는 네거티브 파일 위에 색연필로 몇 장 표시해서 3 x 5 규격 사진 몇 장 뽑는 것이 전부입니다. 귀하께서는 네거티브필름을 어떻게 관리하십니까? 혹시 필름 따로 견본사진 따로 돌아다녀서 사진은 있는 데 필름이 어디 있나 찾느라고 헤매거나 견본사진을 찾지 못해서 다시 필름을 들고 현상소로 가던 기억은 없습니까?
사진 경력이 늘어갈수록 필름의 양과 사진도 늘어갑니다. 당장은 불편하지 않더라도 1년을 주기로 벌어지는 회원전이나 기타 공모전에 응모할 경우 그 많은 컷 중에서 어떻게 좋은 사진을 골라내시는지요?
슬라이드인 리버셜 필름은 양화인 관계로 찾기가 쉬워 굳이 견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네거티브는 루페로 필름을 보고 좋은 사진을 직접 뽑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장면에 한 컷만 찍은 사진이라면 고르고 말 것도 없지만 비슷하게 찍은 장면이 여러 장이라면 반드시 비교해야 합니다.
물론 한 장만 골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지만 미묘한 부분은 루페로 확인하기 쉽지 않고 더욱이 칼라 네거티브는 색이 보색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한 색 추정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견본 사진을 뽑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네거티브의 견본이라는 것은 대부분 자동작업으로 뽑는 경우가 많아서 기계가 노광을 보정하고 필름과 인화지의 규격이 맞지 않아 잘리는 부분이 생기며 화면 구성에서 약간씩 변화가 있을 수 있어서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견본 인화 전에 밀착인화를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밀착인화는 그 활용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단순하게 필름을 보관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죠.
그 용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촬영한 모든 사진의 기록
- 확대 인화를 하기 위한 노광량 결정
- 흑백 인화에서 콘트라스트 조절을 위한 인화지 호수 결정
- 사물을 어떻게 보았는가에 대한 기록
- 필름 관리용 등입니다.
특히 흑백인화에서는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조건은 매우 중요합니다. 확대인화를 함에 있어서 밀착인화 때의 노광량이 필름 풀 사이즈 8x10 인화의 기본 노광량이 됩니다. 또 밀착인화에서 콘트라스트가 약간 낮으면 정상인화를 하면 되고 정상이면 콘트라스트를 낮추고 높으면 많이 낮춰야 하는 등 확대 인화를 할 때 인화지 호수를 결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또한 밀착 인화가 정상이라면 굳이 견본 사진을 뽑지 않고도 루페로 인화 상태를 확인하면서 농도와 크로핑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한편 밀착인화 후에 견본사진을 뽑은 장면에 표시를 해두면 후일, 전체를 모두 살펴보지 않아도 표시한 것만으로 대표작을 선별할 수 있어 상당히 효율적입니다.
이렇듯 밀착인화는 의외로 중요한 것입니다.
한편 슬라이드의 경우 앞에 언급한 것처럼 쉽게 볼 수 있어서 밀착까지는 필요 없지만 투명한 파일에 끼운 채로 보관하면 자칫 습기가 차든지 필름이 눌리든지 해서 손상이 가기 쉽습니다.
반드시 mount를 해서 플라스틱 통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61. 인화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가?
심사를 하다 보면 사진 내용은 흠잡을 데 없이 좋은데 인화가 떨어져 입상 권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입선에 머물거나 입선이 가능한 데도 낙선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특히 흑백사진에서는 인화가 생명입니다. 피사체의 칼라를 회색이라는 한가지 톤으로 재현해야 하는 만큼 어지간한 인화로는 작품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어려운 게 흑백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칼라사진은 대충 인화해도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필자의 말뜻은 출품자가 제대로 된 인화 상태를 파악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를 말하는 것입니다.
컬러 프린트의 경우 전문 현상소가 제작한 것이라면 색상 때문에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은 적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흑백사진 응모에서는 그러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상태가 나쁜 인화는 내용 파악 이전의 단계에서 심사위원의 시선을 붙잡아두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연을 찍은 풍경사진에서는 강약이 있으면서도 매끄러운 콘트라스트가 나타나 있는 프린트가 유리합니다. 도시풍경이나 스냅사진에서는 다소 콘트라스트가 있는 편이 강한 인상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하는 것입니다.
인화 결과를 평가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사진을 많이 보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또 실제의 인화보다는 떨어지지만 작품집에 실린 인화와 자신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우선 내 사진의 인화 상태가 전체적으로 '좋다' '아니다'라는 느낌을 갖도록 훈련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럴 느낌이 들면 그 다음에 어느 부분에서 떨어지는가를 파악하는 순서로 가는 것입니다.
아주 사소한 사항 같지만 자신의 인화결과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사진을 향한 첫걸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그런 능력이 붙지는 않는 만큼 조금씩 훈련을 쌓아 반드시 익혀두시기 바랍니다.
62. 거래처(현상소)와 친해지기
현상소, 스튜디오는 가장 가까운 곳의 객관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첫 번째 '심사위원'입니다.
스튜디오나 현상소 주인 중에 사진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좋은 현상소를 만난다는 것은 사진가에게 있어서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색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들어주고, 때로는 기대 이상의 색조를 내주기도 하는 현상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고객으로서 가능한 한 '유별하게' 굴지 말고 한 현상소를 단골로 다니는 것이 무난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진가가 운영하거나 전문사진가를 단골로 삼아 작품사진에 익숙한 - 까다로운 주문에 익숙한 현상소를 알아두는 것도 자기 사진세계를 넓히는 방법이 됩니다.
스튜디오나 현상소의 선택은 좋은 사진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왠지 사진인화가 마음에 안 들어 거래처를 바꾸는 경우도 종종 있을 터인데,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동료나 선배에게 평판이 좋은 스튜디오나 현상소를 소개받도록 하십시오.
스튜디오 주인 중에 사진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습니다. 때로는 그 정도를 넘어서 자신이 원하지 않았는데도 조언을 해주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때는 솔직하게 받아들이십시오. 취향을 강요당하는 것은 곤란하겠으나, 다른 사람의 눈에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비춰지는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기회는 교육이나 지도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리 자주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대의 애로사항은 원하는 색상을 만드는 것이므로 자신이 만든 인화 견본을 보여주면 좋습니다.
스튜디오나 현상소를 중심으로 사진애호가가 모이기도 합니다. 이 방면의 선배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콘테스트의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심사위원의 경향 등을 이야기 거리로 삼을지도 모릅니다. 귀를 기울이십시오. 목적은 입선하는 것이라고 해도 사진 이야기는 즐겁기 마련입니다.
스튜디오나 현상소와의 트러블 중 가장 큰 문제는 사진의 농도와 프린트의 색이 아닐까 합니다.
색은 상당히 주관적인 면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자신이 선호하는 색조는 적극적으로 주장하십시오.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여 성심껏 노력해 주는 현상소나 스튜디오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실정상 슬라이드 인화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등 대도시 중심으로 집약되어 있어서 지방의 스튜디오나 QS현상소에 의뢰하면 그곳과 고정된 거래처에 작업을 의뢰하기 때문에 자기 마음에 안들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는 직접 좋은 현상소를 찾아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스튜디오 주인의 호의만 있다면 여러 번 재 인화를 보내서라도 원하는 것을 맞추어 주려고 합니다. 만약 그런 주문을 귀찮게 여기는 곳이라면 거래를 끊어도 손해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마음에 안 든다고 내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 볼일입니다.
직접 대도시의 대형 현상소를 찾아가도 인화작업자를 직접 만나기가 힘들고 대형 현상소답게 잘 뽑아 준다지만 그 것은 보편적인 경우 일 뿐입니다. 자기만의 까다로운 주문을 다 소화시켜 주기에는 너무 바쁘기 때문이죠. 차라리 집이나 직장 주변에 있는 곳을 이용하여 자기의 까다로운 주문을 서서히 주입시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지 모릅니다.
필자의 경우에도 서울의 어느 슬라이드 현상소를 설립 초기부터 거래한 경험이 있습니다. 초창기, 사장까지 직접 나서서 사진에 관한 한 어떤 것이든 해주던 것이 사세(社勢)가 확장되면서부터는 창구에서 접수하는 여직원과 대화하는 형태로 바뀌었고 작업도 통상의 수준으로 바뀌어서 결국은 거래처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소규모 현상소는 대형 현상소와의 틈바구니 속에서 목숨(?)을 걸고 영업하는 곳이기 때문에 대부분 의뢰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고 조금 까다로운 것은 작업자와 직접 대화를 통해 의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인화한 사진의 결과를 놓고 확인하는 것도 가능할 뿐 아니라 재 인화 역시 수월해집니다.
그러나 이런 곳의 특성은 현상소 사정으로 인화지를 교체하였다던가 약물을 바꾸었을 경우 항상 나오던 상태에서 약간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라면 곤란하겠지만 이런 경우에 자신의 사진이나 현상이 걸려 문제가 된다고 거래처를 바꾸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조금의 이해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 현상소와 친구가 되어보는 것,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마음에 안 들어서 재 인화를 시켜도 재 인화 처리보다 추가인화로 처리하면 현상소 쪽에서 오히려 미안해합니다. 재 인화를 여러 번 또는 마음대로 시킬 수 있는 것이 사진 실력이 아닙니다. 그럴 수 있는 데도 그렇게 안 하면 인간적 관계가 형성되고 그 현상소에서 인화한 것이 상이라도 타면 고맙다며 음료수라도 한 상자 들고 가보십시오. 현상시설이 없어서 전문 현상소에 의뢰해오는 작은 사진관 같은 곳에서는 주인이 먼저 다시 재 인화 신청해 주겠다고 나서기도 합니다.
필자의 경우, 서울 충무로의 한 전문 현상소에서 경험한 바로는 작업자가 미리 약간씩 색조가 다른 사진을 두 장 뽑아놓고 마음에 드는 걸로 가져다 쓰라는 호의도 받았습니다. 한 장은 필자가 의뢰한 대로 인화를 한 것이고 또 한 장은 작업자의 경험상 자기가 좋다고 생각한 색조로 뽑은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사진도 아니고 매우 큰 규격의 사진인데도 그렇게 선심 쓴 것은 아마도 평소에 친해지려고 노력한 덕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63. QS현상소 활용법
이 글 중간에 현상소와의 문제는 항상 농도와 색상과 크로핑(트리밍)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슬라이드인화(리버셜 필름)의 경우는 비교적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필름이 포지(양화陽畵) 상태로 비치니까 보이는 대로만 인화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네거티브 인화는 보색(補色)관계로 상이 형성되기 때문에 필름상의 붉은 색은 인화에서 녹색으로 또 녹색은 붉은 색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더욱이 붉은 색이라면 얼마나 붉은 것인지 녹색이라면 어떤 녹색인지 정학하게 파악 할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화 작업자의 기준에 따라 색이 약간씩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해서 네거티브보다 슬라이드인화를 출품자가 선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슬라이드 자체가 높은 콘트라스트로 인해 사진이 샤프해 보인다는 특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네거티브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 커다란 것이 바로 이런 색상 때문입니다.
농도도 마찬가지이다. 슬라이드가 보이는 대로 농도를 맞추면 되지만 네거티브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는 우리 주변에 있는 QS현상소를 자기 것으로 이용해 보는 것이 확실하면서도 간편한 방법이라고 말씀 드립니다.
QS현상소는 현상인화 기계에 이미 필름 메이커별, 종류별, 감광도별, 노출 적정, 과다, 부족 별로 기본 데이터를 입력시켜 놓았고 최근에는 디지털 방식의 모니터를 장착하여 인화하기 전에 촬영상태를 미리 점검하여 색이나 노출 등을 보정해서 인화하는 기계도 보급되어 있어서 아주 만족할 만한 사진을 뽑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사진 색감에 자신이 없으면 현상소에서 뽑아주는 색상을 기본으로 하여 색상을 더 올렸다 뺐다 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색을 맞추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칼라 인화의 정상 여부를 가늠하게 하는 셀로판 필터가 있어서 그 필터를 눈에 대고 사진을 보아서 만족할 만한 색으로 보이면 눈에 대고 본 필터의 색상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구도 있지만 그런 도구를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도 없을 뿐 더러 굳이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습니다.
사진의 농도 역시 마찬가지 방법으로 결정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대 색감과 절대 농도를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절대'라는 단어의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실험실적인 기준, 즉 cyan, magenta, yellow의 정확한 재현과 그 세 가지의 복합 색에서 어느 색의 과부족을 알아내는 능력입니다.
둘째는 작가가 원하는 색의 재현을 말합니다. 이것은 절대 농도와 연계되는 데 절대 농도라는 것은 촬영 당시에 촬영자가 재현하고자 의도했던 농도를 말합니다.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노출 과부족, 현상 과부족, 인화 과부족 등이 있는 데 네거티브 필름은 노출의 과부족에서 허용치(노출 관용도)가 슬라이드 필름에 비해 매우 크기 때문에 한두 단계의 과부족이 발생해도 어지간한 사진을 뽑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작화(作畵)시에 농도를 전체적으로 진하게 하거나 밝게 할 경우 섀도우 질감이 뭉그러지거나 하이라이트 질감이 날라 버리는 문제가 생길 때 부분적으로 섀도우 부분을 밝게 또는 하이라이트 부분을 진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출품할 인화를 위해서 주문할 때는 견본 사진 세 장을 첨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 장은 살려야 할 하이라이트 농도가 된 견본, 또 한 장은 섀도우 부분에서 원하는 농도의 사진, 마지막 한 장은 원하는 색상을 맞춘 사진에 크로핑을 표시한 것입니다. 이렇게 세 장의 사진을 뽑아 필름과 함께 인화 의뢰하면 색상과 농도와 크로핑을 맞춘 사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동확대를 전문으로 하는 현상소쯤 되면 첨부한 견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런 견본을 첨부하면 네거티브 사진도 훌륭한 색상과 농도를 맞출 수 있습니다.
결국 필름에 직접 크로핑이나 색상, 농도 등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는 자기가 원하는 사진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네거티브 인화는 슬라이드 인화보다 떨어진다는 오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상소 주인과 친해지지 않으면 원하는 견본사진을 만들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3x5 사진 몇 장을 뽑는데 옆에서 붙어 서서 '색상을 이렇게 저렇게 농도를 이렇게 저렇게' 한다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흑백인화에서는 칼라와 달리 절대 농도와 콘트라스트 재현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절대 농도는 촬영 할 때부터 인화지에 재현하려는 피사체의 농도 내지 작가가 원하는 농도를 말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촬영과 현상과 인화가 연계된 하나의 시스템을 알아야 합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존 시스템(Zone system)이라고 하는데 그 이론은 너무 전문적인 관계로 생략합니다. 더 공부하고 싶은 독자는 삼경출판사에서 발간한 '안젤 아담스'의 '네거티브'와 ' 프린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64. 현장에서 찾아내는 테크닉
사진 전시회는 최근 들어 지방에서도 아주 많이 열립니다. 여러분들께서는 거기에서 무엇을 보십니까? 작가의 작품성입니까 인화상태의 질입니까 액자의 모양입니까 방법입니까 아니면 전시된 형태입니까? 물론 사진가라면 그 모든 것이 배울 거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모두 익히고 오기가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한가지는 보고 온다는 자세로 전시회를 찾아보십시오.
특히 프로의 오리지널 프린트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오기를 바랍니다. 프린트의 좋은 상태란 말로써는 설명이 불가능하며 직접 실제 작품을 감상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프린트에 정평이 있는 사진가의 사진전은 꼭 한 번쯤 보도록 하십시오.
여기서의 프로의 오리지널 프린트라고 하는 것은 직접 뽑은 것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대개의 전시회 작품은 전문 현상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평소에 자신이 이용하던 현상소와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작가 자신이 뽑은 것인가 아닌가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인쇄된 작품집으로 느끼는 방법도 있으나 그것은 싱싱한 생선을 통조림으로 가공한 것과 같습니다.
골동품 감정사의 학습은 오로지 실물을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진위(眞僞)를 감정하기 위해서는 실물이 지닌 향기와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 이외에는 초보자의 터득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프린트 제작도 그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기술서적을 독파하고 전문강좌를 수강하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작품 감상도 빼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책에 글로 표현된 작품내용이나 강사의 설명은 작품감각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인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 장의 전시장 작품의 프린트를 대함으로써 눈을 뜨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프로 사진가는 프린트의 이미지를 확립하고 있습니다.
프로 사진가라 해도 특별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나,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프린트의 이미지가 확고히 확립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목표로 기본을 응용하는 것입니다. 공모전 응모 작품 중, 특히 흑백사진은 절반 이상이 프린트 테크닉의 문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은 작가 자신이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밝다거나 너무 어둡다는 식으로 전체적인 면은 파악하고 있어도, 인화지 성능을 전부 발휘시키는 점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프로 사진가의 작품전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좋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일단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감을 가지고 여는 전시회일 것입니다. 그 중에는 프로 현상소에 모든 것을 맡기는 사람도 있으나, 마무리 점검은 충분히 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작품 전은 내용 감상에 눈이 먼저 가기 마련인데, 다음부터는 프린트의 상태도 주의해서 보도록 하십시오. 유리너머로는 좀처럼 알기 어려운 점도 있겠으나 틀림없이 공부가 될 것입니다.
65. 심사 거리에서 사진을 보십시오.
리버셜 필름을 환등기로 비쳐보거나 라이트 박스에 놓고 루페로 보면 하이라이트 부에서 섀도 부까지 전체의 계조(階調)와 질감 및 색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인화를 해 놓고 보면 생생하게 보이던 하이라이트와 섀도의 질감이 날라버리거나 뭉개져 버려 콘트라스트 강한 딱딱한 인화가 되고 맙니다. 콘트라스트가 강해진다는 것은 명부와 암부의 디테일이 상실된다는 의미인데 그것은 리버셜 필름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 즉 콘트라스트가 강하다는 것과 포지 → 포지 기법인 슬라이드 인화 방식인 반전(反轉) 인화 역시 콘트라스트가 강하므로 미세한 중간 계조가 사라지고 강한 부분만 남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강한 콘트라스트 가운데서도 인화에 약간씩의 질감이 살았다고 해도 손에 들고 보는 거리에서는 그것을 느낄 수 있지만 거리가 조금 만 떨어져도 그것을 느끼기 힘들게 됩니다. 이것은 흑백사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가벼운 사진보다 무거운 사진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밝은 사진보다 어두운 사진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이는 공모전 사진에 있어서도 두드러진 경향으로써 지금 당장 작품집 몇 권을 펼쳐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을 무겁게(진하게) 뽑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하게 뽑는 것 자체야 나무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성격상 반드시 어두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해서 심사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인화의 농도를 어느 정도로 해야 적당한 것인가.
미국의 PPA(professional photographer of america)는 심사 시 심사위원과 작품의 거리를 일정하게 고정시키고 주위 조명을 끈 채 색 온도가 태양 광과 같도록 한 조명을 지정된 양이 비치도록 하여 한 점씩 심사합니다. 그 거리에서 사진의 질감과 농도와 색상을 판단합니다.
국내에서도 몇 번 시행되었고 필자도 심사에 참여해 보았는데 그 방법이 원하는 것은 정확한, 그리고 균등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듯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심사에서는 보통 평균적인 사람의 선 키 높이가 심사거리가 되고 조명은 형광등 불빛이 대부분입니다. 창문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무실 밝기 정도의 실내 조명 아래에서 심사를 하는 데 이 경우 손에 들고 사진을 보아 디테일이 겨우 보일 정도의 인화라면 서서 볼 때 그런 것들이 거의 보이질 않습니다.
이 말은 손에 들고 보아서 인화 상태가 '좋다, 나쁘다' 판단하면 실제 심사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암부(暗部) 디테일은 실제보다 죽어 보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출품하기 전에 바닥에 놓고 서서 관찰해 보는 것도 출품을 위한 인화 요령입니다.
66. 흑백사진은 직접 해야 하나요?
출품하는 사진을 자신이 직접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컬러가 되었든 흑백이 되었든 직접 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임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시간 여유가 많은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으나 아마추어는 촬영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도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흑백사진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다르다며 직접 해 볼 것을 권합니다. 좀처럼 좋은 현상소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과 비교적 저렴한 투자, 그리고 간단한 작업에 비해 스스로 하는 즐거움이 상당하다는 점이 그 이유입니다.
실제로 직접 현상을 하고 인화하는 재미만으로도 사진에 심취하는 것 같습니다.
촬영하는 재미 못지 않게 현상을 하고 밀착을 거쳐 확대인화로 완성해나가는 자기 작품의 맛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입니다.
더욱이 완전 사양길에 들어선 흑백사진인지라 지방에서는 흑백 현상소를 찾지도 못할 뿐 아니라 작품 제작을 하는 현상소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흑백 인화를 직접 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결정적 순간'으로 널리 알려진 카르티에 브레쏭의 경우 흑백사진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자가(自家)인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이 말인즉 암실 기법을 배우는데 쏟는 정성과 노력이라면 더 좋은 사진을 찍는 데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자신이 필요로 하는 만큼 사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암실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필자도 20 여 년 전 내게 사진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던 마음의 스승으로부터 암실을 포기하라는 권유를 받고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하다 보면 여러 번의 슬럼프에 부딪치게 되는 데 그를 사진적으로 극복해야지 자칫 암실에 의존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충고였기에 많은 생각 끝에 그를 따른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당장 공모전에 출품 가능한 인화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거기에 투자해야 하는 노력과 투자는 또 얼마나 필요할까요? 흑백 사진 작업을 익히는 것은 단시간에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현상과 인화의 메커니즘 파악하는 정도만 알아두는 것이 낫습니다. 현상소에서 인화 주문 시 필요한 작업지시를 내릴 수 있는 정도만 익히면 충분하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주위에 전문 흑백 현상소가 있으면 더 경제적입니다. 자신이 서툰 솜씨로 직접 뽑는 것보다 더 잘 뽑아주고 더 잘 표현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의 전문 현상소는 대부분 운영자가 창작 사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인화뿐이 아니라 사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흑백 사진을 하고는 싶지만 주위의 여건 상 의뢰할 곳이 없다면 필름 현상 만 직접 해볼 것을 권합니다. 현상 안 된 필름을 일일이 대도시로 보내기는 어렵지만 현상한 필름은 모아서 작업을 의뢰하거나 직접 방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름 현상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필름이 잘 못되면 사진 전체가 잘못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업 과정은 의외로 간단해서 방법 만 알면 아주 손쉽게 집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암실이 없어도 되고 기구나 약품 등도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공모전 도전을 넘어 사진에 뜻을 둔 전문가가 목표라면 완전한 흑백 사진 작업에 한 번 도전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67. 흑백사진은 성능 좋은 확대기와 렌즈를
흑백인화를 직접 하는 분들을 위해 한 말씀 드립니다.
흑백사진 프린트는 상태가 나쁘면 그 즉시 실격입니다.
컬러 인화의 경우 전문 현상소가 제작한 것이라면 색조만으로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은 적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흑백사진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상태가 나쁜 인화는 내용 파악 이전의 단계에서 점수를 잃기 쉽습니다.
사진의 생명은 인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좋은 사진이 찍히는 필름도 중요하지만 일부 공모전에서 필름으로 하는 심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화로 최종 평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고급 카메라에 고급 렌즈로 촬영했다 해도 인화상태가 나쁘면 좋은 사진 뽑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인화의 양부(良否)는 확대기가 좌우하고 확대기는 다시 렌즈의 성능에 따라 인화의 질을 결정짓습니다.
렌즈의 성능을 판단하는 데는 대체적으로 시중에 알려진 평판에 따르는 것이 무난하지만 사용해본 사람이나 전문작가로부터 추천을 받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자문을 구할 형편이 안 된다면 대체로 고가(高價)의 제품을 사는 것이 무난합니다.
자칫 경제적인 이유나 렌즈 가격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는 이유 하난 만으로 질 낮은 확대기 렌즈를 살 경우 많은 손해를 입을지 모릅니다.
68. 컬러 네거티브로는 흑백인화를 하지 못한다?
베테랑은 필름을 구분하여 사용하므로 카메라를 몇 대 준비합니다. 그러나 카메라가 한 대 밖에 없는 경우에는 컬러와 흑백 사진을 구분해서 찍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컬러로 찍어 놓고도 왜인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은 흑백일 경우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문학적인 내용을 찍은 사진에서 말입니다.
이전부터 있기는 했으나 최근에 판매되는 컬러 네거티브용 흑백사진 인화지는 상당히 사용하기 쉬워졌습니다. 촬영 시에 컬러와 흑백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망설이는 경우, 이 인화지 사용을 전제로 한다면 흑백필름을 장전한 본체는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컬러 네거티브에서 극히 상태가 좋은 흑백사진 작품이 완성되므로, 기분에 따라 컬러나 흑백사진의 선택 여부를 촬영 후 결정하여 응모할 수 있습니다.
베테랑일수록 본체를 몇 대씩이나 준비합니다. 고장에 대비하고 렌즈교환의 수고를 덜기 위한다는 목적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다른 종류의 필름을 촬영 시 사용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필름 holder를 재빨리 교환할 수 있는 6×6 등의 중형카메라가 인기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셔터찬스는 기껏해야 한 번뿐일 경우도 있습니다. 두 대의 카메라에 각각 다른 종류의 필름을 장전해 두어도 촬영에 사용하는 것은 한 번뿐일 경우도 자주 있는 일입니다.
코닥의 파나루어 인화지는 이런 데에 적합한 전용인화지입니다. 칼라 인화지와 성질이 같아서 암실을 완전히 차광(遮光)해야 한다는 것과 통상적인 흑백사진 인화지용에 비해 조도가 아주 낮은 암등을 사용해야 하는 데 익숙해지면 그다지 불편하지 않습니다.
컬러 네거티브를 통상적인 흑백 인화지에 프린트하면 네거티브의 색소가 인화지에 감광 되지 않기 때문에 상태가 조악한 작품이 되지만, 이 인화지는 칼라 인화지와 같은 감색성을 지녔기 때문에 칼라 네거티브의 상을 그대로 받아들여 물이 흐르는 것처럼 매끄러운 계조의 뛰어난 프린트가 완성됩니다.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경우는 일반 흑백인화지 중 다계조 인화지를 선택하여 콘트라스트를 약간 높이고 농도를 올리면 아쉬운 대로 컬러네거티브로 흑백인화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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